원론적인 밤의 의미는 모든 것이 고요해지면서 더불어 낮동안의 번잡함때문에 잠들어있던 육감이 깨어나는 시간이라 한다.
물론 도시의 잠들지 않음은 그러한 밤의 의미마저도 침식하여 고요함 자체를 침식하여 무언가를 채워넣으려 한다.
무엇이 무엇을 침식하게 만들 것인가를 나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오랜 시간 많은 철학자들이 격론을 벌였다.
우리는 아쉽게도 제도권 교육에서 선악과 공익 위주로 그들의 언어를 접해 왔지만
정말 그들이 얘기하고픈 한 사람의 일상 안에서 무엇을 침식시키고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사람은 욕망과 두려움이라는 두 마리 말이 이끄는 삶을 살아간다.
어느 말이 힘이 센지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이다.
사실은 그들도 서로 다른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다. 삶에 대한 욕망, 금전에 대한 욕망, 사람에 대한 욕망,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 알고 있는 고통에 대한 두려움, 잊혀짐에 대한 두려움이 그러한 것이다.
정답은 없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한 평가도 사실은 부질없는 것이다.
무한한 우주의 역사 속에서 사람이 남긴 이름 자체도 찰나의 먼지같은 것이니
그 먼지의 작은 분자같은 생애를 어떻게 채울지는 각자의 몫인 것이다.
그리고, 밤의 의미란 내게 주어진 작은 성찰의 시간이라는 의미인 것이겠다.
한번쯤은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조망할 시간은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그것이 고요함을 가진 밤의 의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