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 정당 의원들이 말도 안되는 어이없는 발언들(역사인식이라든지, 독재옹호라든지)을 할 때, 그것이 단지 그들의 본심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건, 그야말로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학교 가서 잘 배운 사람이라면 당연히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는 이유는, 단지 충성심의 발로라고 생각한다. 충성심에는 이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야말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옳고 그른지 생각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단지 정치인들 뿐인가? 직장인은 어떤가? 책상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들기며 하는 일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 생각하는 것은 그들이 하는 일이 아니다. 그들은 다만 회사에 충성하는 것만이 오로지 미덕이 된다. 그것이, 그들을 부유하게 하고 생존하게끔 한다. 어찌 보면 그들도 피해자이지만 해방되길 원하지 않는 노예에게 해방이란 없다. 뭐, 나도 노비문서를 하나 끼고 살긴 하는구나..
깊이에의 강요에서 한 젊은 작가는, 깊이와 씨름하다 결국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버린다. 강요란 것의 속성도 그런거지. 자아는 포기한 채 외부의 강요를 위해 사는 것은, 뭐 한편으로는 매트릭스 안에서 파란 알약 먹고 사는 것도 그들의 선택(이라고 미국의 어떤 정당에서는 그런다마는)이라면 선택이겠지만, 그건 결국 내가 아닌게 된다. 그냥 프로그램 안의 컴포넌트이고, 기계 속의 부속이고, 한권의 책이 아닌 무의미한 활자일 뿐이다.
하지만 어찌하겠는가. 생존을 위해서는, 어쩌면 자아를 포기하는 게 가장 쉽고 빠른 길일지도. 그게 나의 생존만 달린 게 아니라 나로 인해 파생된 다른 생명의 생존을 담보하는 일이라면, 그냥 포기하는 게 쉬운 것 뿐만 아니라 최선일지도. 누가 그러지 않던가? 포기하면 인생이 편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