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민물장어의 꿈
(운영목적상 감상을 먼저 쓰고 가사를 나중에 씁니다.)
정말 작은 소시민인 나는
살면서 단 한번도 내 자아보다는 내 외부의 평가가 중요했었다.
누군가들의 나에 대한 평가, 잣대가 내게 더 심각했었다.
어떻게 보면, "나는 누군인가"라는 가장 기본적인 철학적 질문을
던지지 않는 것이 이로운 것이라고 당연스레 생각해왔던 것 같다.
내 이율배반적인 행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 후배들에게
너희들의 승진이 너희의 가치가 아님을 얘기하는 선배로서
내 절대적 가치는 얘기하지 않음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해본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떠나가고 외로움에 잠길 때에야
비로소 내 자아를 마주하게 되고,
내가 우리 아이들이었던 때의 조그마한 자아가 얼마나 더 위축되었는지를
그때서야 느끼게 된다는 것이었다.
작아진 나에게 동정심을 느낄 때 마다 떠올리는
체 게바라의 말씀이 있다.
"우리 모두 리얼리스트가 되자.
그러나 가슴 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자."
결국 자아의 크기라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하겠는가.
진리라는 것은 천년도 하루같고 티끌도 태산같으니,
결국 갈려나가고 위축된 내 모래알같은 자아에도
무한한 우주의 정보를 욱여넣을 수 있는 끝없는 가능성이 있으니
그 작은 희망을 믿는지 아닌지가
결국 내 남은 시간을 얼마나 풍요롭게 할 지를 결정할 것이리라.
그래서 나는, 오히려 이 노래를 들으며 나를 다잡아본다.
아직도, 무한히 남아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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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 뿐
이젠 버릴 것조차 거의 남은 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
두고 온 고향 보고픈 얼굴 따뜻한 저녁과 웃음소리
고갤 흔들어 지워버리며 소리를 듣네
나를 부르는 쉬지 말고 가라 하는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다가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익숙해 가는 거친 잠자리도 또 다른 안식을 빚어
그마저 두려울 뿐인데
부끄러운 게으름 자잘한 욕심들아
얼마나 나이를 먹어야 마음의 안식을 얻을까
하루 또 하루 무거워지는 고독의 무게를 참는 것은
그보다 힘든 그보다 슬픈
의미도 없이 잊혀지긴 싫은 두려움 때문이지만
저 강들이 모여 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아무도 내게 말해 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